이야기 조각 하나
깜깜한 공간, 발가벗은 한 남자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눈을 떴다. 그의 육체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중이었다. 여긴 어디야? 무슨 일이지, 이게?... 맞아, 준성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혜리하고 나머지 우리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같이 숲을 헤맸던 거 같은데... 그놈의 술, 술집 여자 때문에, 걘 도대체 뭐였... 으아아악! 찬찬히 기억을 더듬으려던 그는 갑자기 비명을 질러댔고, 순간 그의 눈에선 붉은빛이 번쩍였다. 방금 막 생각해내던 기억들이 온갖 신경을 건드려가며 그의 뇌리를 스쳐 빠져나갔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얘들아, 여보, 혜리야... 남자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 붉은빛은 그에게서 모두 빠져나와 사라졌고, 탁한 눈만이 남았다. 이내 남자는 다시 정신을 ..
2022.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