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허균2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허균 “균아~ 균이야~ 이 누이를 용서하렴, 먼저 떠나와서 미안해.” 잠든 초희는 종종 그 시대에 남은 하나뿐인 동생 걱정으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지금처럼 잠꼬대를 하곤 한다. “걱정 마, 내가 가끔 가서 봐주고 있으니.” 그러면 난 잠든 초희 얼굴을 보며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아직은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의 시간이동술이기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제도 시간을 내어 초희, 허난설헌의 동생, 교산 허균의 시대를 다녀왔다. * 그 시대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으며 별들이 촘촘하게 빛을 뽐내고 있었다. 동틀 녘까진 아직 여유로운 밤, 약속이라도 된 듯, 밤보다 어두운 검은 구름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그 구름들은 어느 앙상한 초가집 위로 몰려가더니 번개를 내리쳤다. 콰광쾅쾅! 번개는 요란하게 한번 울었다. .. 2022. 11. 28.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과 허난설헌 오늘처럼 달이 유난히도 크고 꽉 차올랐던 밤이라 기억된다. 어린 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수그려있고, 내 등 위로 누군가가 날 감쌌다. 또 그 위를 널찍한 덩치로 두 팔 벌려 날카로운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던 누군가가 있었다. 쫙~! 쫙! 착~! 착! 기분 나쁜 소리가 쉴 틈 없이 계속 이어졌다. “도망가! 둘이 먼저, 어서!” 한 목소리가 거친 숨소리와 맞물려 귓가에 들려왔다. 다음 순간 내 몸은 일으켜 세워졌고 어떠한 손에 이끌려서 달리게 되었다. 날 감싸던 이가 내 팔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던 것 같다. 분명 거기까지는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어떻게 도적 홍길동 형님 곁으로 가게 된 건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은 어디였고, 형제인가 생각되는 형.. 2022. 11. 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