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도망치는 삼형제-
한 여자가 어린 남자아이 셋이 보는 앞에서 한 남자의 다리를 힘껏 붙들었다.
“여보, 이제 그만요! 제발! 저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래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네?”
다리에 붙은 여자의 애절한 호소는 남자의 안중엔 들어오지 못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그의 눈은 한 아이에게로 향했다. 여자를 뿌리치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제일 나이어린 아이를 노려볼 뿐이었다. 참으로 몸집이 작고 다리와 팔 한쪽이 불편한 아이였다.
“준서야, 준상아, 어서 막내 데리고 도망가! 어서!”
여자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남자를 붙든 채 소리쳤다.
“계속 뛰어! 멈추지 말고!”
여자는 계속해서 소리치며 흐느꼈다.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다보면 울창한 숲이 펼쳐져있다. 그 숲 가까이엔 푸르른 바다가 인접해있기도 하다. 그 울창한 숲 한 가운데에는 집 한 채가 숲을 울타리삼아 숨어있다. 한번 보면 누구나,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버킷리스트에 추가시킬 만한 자연경관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밤, 보름달이 내려다보던 그 숲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그 집 앞에 쓰러져 흐느끼는 여자의 절규소리가 온 숲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그 절규를 발판삼아 삼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은 온갖 넝쿨을 헤치며 무언가로부터 계속해서 도망쳤다. 제일 덩치가 큰 아이가 몸이 불편한 막내를 안고 뛰느라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얼굴을 감싸는 끈적끈적한 거미줄구석 길쭉하게 걸터앉은 거미라던가 슥, 스윽 다리를 훑거나 밟히는 능글능글한 뱀 따위들은 그들의 공포요소들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공포의 대상은 딱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쫓아오는, 채찍을 든 남자였다. 그는 어느새 아이들 뒤를 바짝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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