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인지 가늠조차도 되지 않는 먼 시대!
지금 막 도착한 둘의 눈엔 산자락 주위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산맥들만이 들어왔다.
이 공간만은 석판과 장치들의 힘이 남아있는 덕분인지 작지만 울창한 숲을 유지할 수 있었던 듯 보인다.
영실과 길동은 숲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또 오류가 났나보구나. 이곳은 옹주님이 말씀하신 시대가 아닌 듯 하구나. 헌데 이곳은 종말의 시대인가? 전쟁이라도 끝난 직후인가?’
영실은 어리둥절했다.
곧 둘 위로 작은 뭔가가 날아왔다.
그 작은 몸체에는 번쩍이는 글자판이 보였다.
[이곳을 떠나십시오! 혹시 시간여행자이시면 부디 한라산을 한번 들렀다가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옆에 버튼을 누르면 여러분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 비행차가 될 것입니다.]
글자들이 너무 눈부시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한참을 보고 나서야 그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간여행자라니, 우리가 올 줄 알고 있는 듯이 적어놨군!”
장영실은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
“아 그냥 우리 떠나요! 이 시대는 아닌가 봐요!”
길동은 이 시대가 두려운 건지 재촉했다.
영실은 날아온 작은 물체를 무시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결국 길동을 설득해 한라산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빨간 것을 누르니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작은 물체는 둘이 들어갈 만한 비행물체로 변모하였고 입구로 생각될 만한 것이 열렸다.
과히 입이 쩍 벌어질만한 괴괴한 형상이었다.
‘괘, 괜찮겠지?’
문이 열리고 둘은 살짝 불안함 마음이었지만 안으로 올라탔다.
길동과 영실대감을 태운 그 비행체는 한동안 비행을 해 나갔다.
투명 유리창으로 내려다본 대지는 너무나도 삭막했다.
“길동아, 이곳이 도대체 어디인고? 우리가 살던 산천지가 맞느냐?”
사막으로 변한 대지를 바라보며 영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옆에 있던 길동도 대답대신 오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밑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런 것이 미래란 말인가?”
영실대감은 혀를 한번 차댔다.
한라산에 도착한 무렵, 둘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앞에 붉은 기둥이 계속해서 솟구쳐 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기둥은 하늘 반대편으로 쏟아지기라도 하듯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솟구쳤다.
그 주위엔 뜨거운 바람이 직접 맞았다면 눈을 못 뜰 정도로 세차게 불어댔다.
“으악 뜨거워, 이게 대체...”
비행물체 안의 영실과 길동은 뜨겁고 붉은 그 기운에 앞의 창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수그렸다.
그때였다.
바람이 멈추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주셨군요!”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목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
“전 이 대륙을 지키는 사신 중 하나인 남쪽을 지키는 주작입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보니, 사신들 모두 사라지고 저 혼자만 이렇게 불기둥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북쪽의 현무님과 동쪽 서쪽의 청룡 백호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실제로 이제 여기의 저도 그 수명을 다해 갑니다. 곧 이 반도는 무너지겠지요! 이 시점의 미래는 더 이상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현무님을 구해만 주신다면 이런 미래는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과거의 시간에서 오셨죠? 시간을 관리하는 아저씨께 들었습니다. 부디 현무님을 구해주세요! 그분 말대로라면 임진년에는 현무님이 고집을 꺾지 않기 때문에 소용이 없을 겁니다! 아마 2016년 정도 쯤으로 가셔야 할 것입니다. 이제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 곧 붕괴될 것으로 보여 위험합니다! 저의 심장을 수정으로 만들어드릴게요! 더 자세히는 시간이 없으니 못해드리고요! 부탁드립니다. 현무님을 구해주세요! 당신들에게도 힘이 될 것입니다. 당신들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영실의 손에 수정이 만들어졌고,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요? 수정에 금이...”
영실의 손에 들려진 주작의 수정에 금이 약간 가 있었다.
비행물체는 그들을 다시 숲에 데려다 주고 하늘 위로 사라졌다.
주작이 준 수정을 챙겨 숲에 내린 영실은 아까 도착했을 때 보다 숲의 규모가 어딘가 모르게 줄어든 모습에 조바심이 났다.
둘은 서둘러 주문을 외웠다. 수정이 빛을 내는 순간 영실은 외쳤다.
“가자 2016년으로!”
둘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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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과 장영실이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첫 여정에서 만난 주작!
그때는 한반도의 최후의 모습을 보이고 한라산 불기둥에 갇힌 주작이 시대의 끝을 알리는 장면을 그려봤습니다.
태왕사신기를 재밌게 본 저로선 미래의 모습을 담아내려 할때 뭔가 태왕사신기의 문소리 배우가 그려낸 주작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모습을 한번 그려봤습니다. 물론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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