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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의 방

이야기조각 하나,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영실과 홍길동

by 꿈꾸는 검안사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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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궁궐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의금부의 국문장 쪽이었다. 임금님께서 요양을 가실 때 탈 가마를 잘못 만들어 부서지게 만든 장영실대감께서 그 국문의 대상이셨다.

국문을 시작하겠다!”

담당자가 크게 외치며 문초와 함께 곤장이 60대쯤 진행되었다.

그때, 주상전하 납시오! 붉은 용포를 휘날리며 일그러진 표정의 임금께서 내관들을 거닐고 나타나셨다. 직접 불경죄를 묻고자 왔노라고 의금부 담당자를 밀어내고 의자에 앉으셨다. 평소 신하들은 장영실대감께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었다.

미천한 노비 따위가 감히 정3품까지 받는, 이런 가당찮은 대우를 받다니!”

뭐 이런 식으로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묶여있는 영실대감에게 한참동안을 설교를 늘어놓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다.

그런 너의 죄를 엄히 다스림이 마땅하나 아직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짐이 덕을 베풀어 형을 감해주겠노라. 100대에서 80대로 감형하노라! 그리고 과인은 네놈을 추방한다!”

대감은 한참 전부터 정신을 잃은 채, 마저 20대를 맞고 옥으로 실려 나갔다.

이제야, 전하께서 맑은 성정을 되찾으셨나 보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전하께선 분명, 돌아가신 상왕전하와 양녕대군마마와의 일로 심신이 상하셨던 게 분명합니다.”

암요, 암요, 드디어, 이제라도 이 나라 종묘와 사직을 지키시는 성군이 되셨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오! 아니들 그렇소이까? 하늘에 계신 태상왕 전하와 상왕전하께서도 얼마나 흐뭇해들 하시겠소이까?”

붉은 관복을 입은 늙은 대신들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세상사 자기네들 손바닥안인마냥 호탕하게 웃어댔다.

아주 그냥, 충신 중의 충신들이 따로 없구만, 지랄들을 허시네~!

지나가는 중신들을 보자니 내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

 

이것 참, 명나라 빠돌이 새끼들만 아니었어도, 이런 귀찮은 짓 꺼리는, , .”

방에 앉은 임금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탁자를 한번 쳤다.

전하, 하온데 그 빠돌이 새끼란 말은 무엇인지요?”

앞의 신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정중히 물어왔고,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임금은 말했다.

, 그런 것이 있네, 썩 좋은 표현은 아니니 새겨듣지 말게! 그나저나 이천, 장영실은 무사히 떠났겠지?”

임금이 물었다.

~ 전하! 지금쯤이면 무사히 수원군 그 숲으로 당도하였을 것이옵니다! 분부대로 을묘년, 연산군마마께 붙은 악귀를 물리칠 때 일원이 된 홍길동이란 자가 함께 떠났사옵니다.”

이천이 대답했다.

 

이천은 장영실과 함께 발명품들을 함께 만든 장영실의 선배 천문학자 쯤 되었다. 이자의 아버지 대까지는 임금의 집안과는 원수가 될 정도로 반대세력이었다. 이천은 그 반대로 충성을 맹세하고 장영실과 협력해 많은 업적을 이루기까지 한 인물이다.

 

하온데 전하~ 그 도적들 중에 하필 홍길동을 선택하셨사옵니까? 그자는 한번 폭주한 자라 위험하지 않사옵니까?”

이천이 물었다.

, 전우치는 다른 곳으로 이미 보냈고, 장길산 임꺽정은 아직 이 왕조에 대한 반감이 높네! 그들에게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들을 일단 그곳에서 충분히 편히 지내도록 할 것일세! 그리고 무엇보다 그 홍가 그자는, , 둘의 합이 잘 맞지 않던가? 영실대감이 잘 할 걸세.”

임금은 말을 살짝 흐렸다. 그리고 한번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들이 없어서, 한동안 조용하겠네그려! 그래도 그대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네. 이 시대에서도 할 일이 많으니 우리 열심히 이어 가세나! 할 일이 산더미...”

임금은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이천은 임금의 끝맺음 없는 말에 어두운 몰골이 되어 급하게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물러갔다. 임금은 줄행랑치는 모습에 짜증이 잠깐 났었다.

저런, , 내 얘기가 또 길었나? 해줄 이야기가 아직 많은데...’

그렇게 이천이 물러가고, 방문 앞의 내관을 제외하곤, 임금은 혼자 남았다. 얼마 후, 방에 혼자 남은 임금은 생각에 잠겼는지,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다른 한쪽 손으로는 서랍에서 꺼낸 휴대용 해시계를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초조한 듯 한마디 읊조렸다.

모두들, 늦지 말아야 할 터인데...”

깜박. 깜박. 깜박.

해시계엔 희미한 푸른빛 네 개가 깜박이며 중앙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

 

 어느 깊은 산중, 해는 저물고 어둠이 내려왔다.

부엉부엉

스산한 부엉이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한 수레를 장정 다섯이 끌고 밀며 옮기고 있었다. 그 수레는 기절한 어느 죄인을 수송하는 함거였다.

이제, 이쯤이면 되겠죠?”

헐떡대며 앞에서 끄는 장정 한명이 말했다.

!

그 다음 순간, 나머지 장정 넷은 연기를 흘리며 사라졌다.

으음, 길동아, 벌써 다 왔느냐?”

연기가 희미해져 갈 무렵, 기절해있던 죄인이 단잠에서 깨듯, 기지개를 펴대며 물었다.

아주 그냥, 꿀잠이라도 주무셨소? 그만 일어나서 걸어가시죠? 영실대감님.”

힘들다고 투덜대며 길동은 수레를 놓았다.

그래, 알았다, , 녀석하고는...”

영실은 붉은 피가 묻은 흰 옷을 벗어던지고 함거바닥에 숨겨놓은 자신의 편한 옷차림으로 바꿔 입었다.

그나저나, 미래엔 이런 유용한 물건들이 아주 많아서 좋구만. 신기하게도 곤장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 뭐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니까? 아주 놀라워!”

영실은 흰옷 안에 착용한, 전에 미래에서 가져온 무 통증 강화슈트라는 것과 피처럼 퍼진 붉은 물감을 보며 새삼 다시 감탄했다.

, 대감님 연기력이 더 대단하시던데, 이참에 미래로 가셔서 영화배우나 하시지 그래요? 전하는 프로레슬러, 대감은 배우! 아주그냥 대상감, 챔피언감이시네. 아주 딱이시네!”

,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너도 가끔은 쓸 만한 생각을 하는구나!”

길동의 말에 영실대감은 좋은 생각이라며 흡족해했다.

으이그, 얼른 가시죠. 다들 가지가지 하신다니까?”

 

*

 

가마가 부서지기 일주일 전, 임금은 장영실과 홍길동 그리고 이천을 불러 모았다.

내 그대들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이리 소집하였소! 앞에 놓인 것은 제국익문사에서 이번에 보내온 서찰이오. 영감이 읽어보시오.”

, 전하!”

영실은 대답한 후, 그 서찰을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민족의 힘을 극대화 하려면 인구감소가 되기 직전의 마지막 삼형제를 찾아 봉인된 힘을 해제시켜야 합니다. 그들은 같은 시대이긴 하나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고, 그 중 한명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필히, 그들을 한데 모아 화합을 이루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봉인된 힘이 담긴 상자를 열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삼형제라뇨? 봉인된 상자는 또 무엇인지요?”

다 읽은 영실이 임금에게 물었다.

, 그것은 과인도 이 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졌을 때 무학 대사란 분이 과인의 조부이신 태조대왕님과 함께 호압사란 절에 봉인하셨다고만 알고 있네! 자세한건 이 자에게 묻는 것이 좋을 듯싶네. 나오시오!”

, 그 절은 황금호랑이의 힘으로 상자를 억누르기 위해 세운 절이지요!”

임금 뒤쪽 병풍에서 한 여인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셋은 깜짝 놀라 둥그런 눈으로 걸어 나오는 여인을 쳐다봤다.

그대는 누구시오?”

이천이 물었다.

저는 제국익문사 일원이자, 창시자이셨던 분의 자식 되옵니다. 이름은 보명이라 하옵니다.”

그 여인은 대답했다.

창시자라 하면, , 봉인되신 고종전하의? 마마, 소신들이 몰라뵈었나이다!”

셋은 급히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이러지들 마세요. , 제대로 봉호도 받지도 못했고 시대도 다르옵니다. 어쨌든 이럴 때가 아닙니다. 것보다, 전해드릴 내용이 있어요.”

 

보명의 말에 따르면 미래엔 민족성을 잃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위기마다 나타나던 삼형제들이 나타나기 힘든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왜의 눈을 피해 고종 이재황이 보명을 피신시킨 시대에 마지막 삼형제가 될 만한 형제가 있었다. 보명은 안타깝게도 그들은 흩어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들을 찾으러 가야 하는 거죠?”

길동이 보명에게 물었다.

, 그런데 당신은... , 아니에요.”

보명은 길동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 그들이 마지막 삼형제인 만큼 봉인을 해제시킬 전설의 삼형제의 힘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들을 찾아야 봉인된 힘을 풀 수 있고, 전 인류의 화합된 힘을 마저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길동이 또 물었다.

그런데 왜, 저희에게 이런 임무를... 이런 건 제국익문사에서 해결하는 게 수월하지 않나요?”

보명은 대답하기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것은, ...”

임금이 대신 거들었다.

옹주를 다그치지 말라! 과인이 먼저 그대들에게 부탁할 것이라고 했네. 명나라 놈들과 이 나라 대소신료들이 그대들을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당에, 이곳에 있다간 나로서도 그대들을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할 것이야! 그리고 자연스레 역사 밖으로 나갈 좋은 기회이지 않는가? 그래서 한 가지 연극을 할까 하는데... 이제 이천을 제외한 그대들 둘은 역사 안에서 사라져 줘야 하겠네. 과인의 형님들과 장인 되시는 분처럼 말일세. 역사 밖에서 계획의 다음단계를 실행해 주어야 할 것이야. 영실대감 부탁함세! 길동 자네도 마찬가지고! 이천, 자네는 이곳에서 나와 함께 하세나!”

! 전하! 분부 받들겠나이다!”

임금은 연극을 설명했고, 보명이 미래에서 가져온 강화슈트와 가짜피로 연극을 하게 된 것이다.

 

*

 

수원군에 위치한 이 높지 않은 산자락엔 일행들이 주문을 외울 때마다 시간이동을 시켜주는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혼천의, 앙부일구, 측우기, 수표 같은 역사적으로는 천문기구로 알려진 장영실의 발명품들 전부.

 

어허, 해설자 이놈! 측우기는 내 아들이 만든 것이야! 사실대로 말하지 못할까? 우리아들이 만든 신기전으로 네놈 몸뚱이에 구멍을 내주랴?”

그냥 넘어가자! 지 아들일이라고 챙기기는! 알았어, 알았어, 맞는 말이긴 하니까. 측우기는 네 아들이 만든 거야 그래! 네 파트 이제 끝났으니까 들어가!

 

어쨌든 문종이 만든 측우기를 포함한 이것들은 실제로는 시간이동장치란 목표를 향해 순차적으로 발명된 것이다. 평상시엔 중앙의 한 석판을 중심으로 숨겨져 있다. 주문이 외워지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으로 불리는 석판에 힘을 모이게 하여 앞에 서있는 일행들을 다른 시대로 옮겨 주는 것이다. 이 석판은 궁궐에도 비밀리에 하나가 설치되어 쉽게 순간이동을 하여 갈 수 있게 하였다. 임금의 죽음직전 궁궐의 것은 역시나 비밀리에 어느 산자락에 옮겨두었다가 지금은 고궁박물관 지하에 전시되어있다. 현대까지 선택된 자 말고는 이런 것들의 존재조차 아는 이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가자카, 우가우가, 우가자카, 우가우가...”

둘은 석판 주위를 돌며 두 손을 무릎과 머리 위를 오가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치고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중얼거림이었다.

, 이거 좀 바꾸죠?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주문 완전 구려요! 듣기론 전하의 것은 안 그런 걸로 아는데...”

길동이 이번에도 투덜댔다.

이래봬도 고대부터 내려오는 신성한 주문이니, 나도 별수 없느니라! 전하께는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지. 신하된 도리로 전하께 이런 걸 시켜드릴 순 없지 않느냐? 여기 것도 나중에 바꿀 것이니까 일단 잔말 말거라!”

이 주문을 외우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새 왕조가 어찌 될라고 저런 놈들이 끊이지 않아?”

혹시 전부터 이 둘의 모습을 본 자가 있다면 혀를 차며 돌아갔을 것이다. 어쨌든, 주문은 다 외워졌고 둘은 석판을 통과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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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영실의 석연치않은 최후기록

검색창에 장영실을 치면 세종에게 총애를 받던 장영실이  갑자기 내쳐지며 역사기록에서 사라진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기록은 기록일 뿐, 사실을 있는 범위 그대로를 노출시키지 않기에 이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보았습니다.

정도전이나 궁예의 최후도 비슷한 상상도 가능하기에 제 소설의 세계관에 들어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드라마로 봤지만 멋있는 인물들인데 너무 최후가 씁쓸하고 보잘것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2.수원인이유?

그들이 시간이동을 하는 배경을 수원군으로 한 이유는 세종이 죽인 장인, 심온이 수원에 묻혔는데요.

사실은 심온은 세종의 명으로 역사에서 빠져나와 시간관리자라는 역할을 수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수원으로 잡았습니다.

 

3.석판의 정체?

고궁박물관에 가보셨나요? 그곳에 과학분야에 가보면 장영실의 천문기구들과 석판이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라는 것인데 앞뒤로 좌우가 바뀌어 새겨져 있습니다.

전 이것을 보며  상상했습니다.

'이 석판이 회전하면서 시간이동장치의 문을 여는게 아닐까?'

 

어쨌든, 장영실과 그시대의 사람들이 만든 기구들이 사실은 시간이동장치의 일환이라는 설정을 넣어 판타지 타임슬립 소설을 써봤습니다.

역사는 판타지 소설의 기초가 되는것 같아 역사기록을 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자세히 혹은 빈틈이 많은 자료들을 보며 상상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시간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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