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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4

이야기조각 하나,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영실과 홍길동 아침부터 궁궐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의금부의 국문장 쪽이었다. 임금님께서 요양을 가실 때 탈 가마를 잘못 만들어 부서지게 만든 장영실대감께서 그 국문의 대상이셨다. “국문을 시작하겠다!” 담당자가 크게 외치며 문초와 함께 곤장이 60대쯤 진행되었다. 그때, 주상전하 납시오! 붉은 용포를 휘날리며 일그러진 표정의 임금께서 내관들을 거닐고 나타나셨다. 직접 불경죄를 묻고자 왔노라고 의금부 담당자를 밀어내고 의자에 앉으셨다. 평소 신하들은 장영실대감께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었다. “미천한 노비 따위가 감히 정3품까지 받는, 이런 가당찮은 대우를 받다니!” 뭐 이런 식으로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묶여있는 영실대감에게 한참동안을 설교를 늘어놓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다. “그런 너의.. 2022. 11. 28.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허균 “균아~ 균이야~ 이 누이를 용서하렴, 먼저 떠나와서 미안해.” 잠든 초희는 종종 그 시대에 남은 하나뿐인 동생 걱정으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지금처럼 잠꼬대를 하곤 한다. “걱정 마, 내가 가끔 가서 봐주고 있으니.” 그러면 난 잠든 초희 얼굴을 보며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아직은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의 시간이동술이기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제도 시간을 내어 초희, 허난설헌의 동생, 교산 허균의 시대를 다녀왔다. * 그 시대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으며 별들이 촘촘하게 빛을 뽐내고 있었다. 동틀 녘까진 아직 여유로운 밤, 약속이라도 된 듯, 밤보다 어두운 검은 구름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그 구름들은 어느 앙상한 초가집 위로 몰려가더니 번개를 내리쳤다. 콰광쾅쾅! 번개는 요란하게 한번 울었다. .. 2022. 11. 28.
이야기 조각 하나, 주작의 메시지! 어느 시대인지 가늠조차도 되지 않는 먼 시대! 지금 막 도착한 둘의 눈엔 산자락 주위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산맥들만이 들어왔다. 이 공간만은 석판과 장치들의 힘이 남아있는 덕분인지 작지만 울창한 숲을 유지할 수 있었던 듯 보인다. 영실과 길동은 숲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또 오류가 났나보구나. 이곳은 옹주님이 말씀하신 시대가 아닌 듯 하구나. 헌데 이곳은 종말의 시대인가? 전쟁이라도 끝난 직후인가?’ 영실은 어리둥절했다. 곧 둘 위로 작은 뭔가가 날아왔다. 그 작은 몸체에는 번쩍이는 글자판이 보였다. [이곳을 떠나십시오! 혹시 시간여행자이시면 부디 한라산을 한번 들렀다가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옆에 버튼을 누르면 여러분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 비행차가 될 것입니다.] 글자들이 .. 2022. 11. 13.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과 허난설헌 오늘처럼 달이 유난히도 크고 꽉 차올랐던 밤이라 기억된다. 어린 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수그려있고, 내 등 위로 누군가가 날 감쌌다. 또 그 위를 널찍한 덩치로 두 팔 벌려 날카로운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던 누군가가 있었다. 쫙~! 쫙! 착~! 착! 기분 나쁜 소리가 쉴 틈 없이 계속 이어졌다. “도망가! 둘이 먼저, 어서!” 한 목소리가 거친 숨소리와 맞물려 귓가에 들려왔다. 다음 순간 내 몸은 일으켜 세워졌고 어떠한 손에 이끌려서 달리게 되었다. 날 감싸던 이가 내 팔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던 것 같다. 분명 거기까지는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어떻게 도적 홍길동 형님 곁으로 가게 된 건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은 어디였고, 형제인가 생각되는 형..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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