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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의 방18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허균 “균아~ 균이야~ 이 누이를 용서하렴, 먼저 떠나와서 미안해.” 잠든 초희는 종종 그 시대에 남은 하나뿐인 동생 걱정으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지금처럼 잠꼬대를 하곤 한다. “걱정 마, 내가 가끔 가서 봐주고 있으니.” 그러면 난 잠든 초희 얼굴을 보며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아직은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의 시간이동술이기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제도 시간을 내어 초희, 허난설헌의 동생, 교산 허균의 시대를 다녀왔다. * 그 시대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으며 별들이 촘촘하게 빛을 뽐내고 있었다. 동틀 녘까진 아직 여유로운 밤, 약속이라도 된 듯, 밤보다 어두운 검은 구름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그 구름들은 어느 앙상한 초가집 위로 몰려가더니 번개를 내리쳤다. 콰광쾅쾅! 번개는 요란하게 한번 울었다. .. 2022. 11. 28.
이야기 조각 하나, 주작의 메시지! 어느 시대인지 가늠조차도 되지 않는 먼 시대! 지금 막 도착한 둘의 눈엔 산자락 주위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산맥들만이 들어왔다. 이 공간만은 석판과 장치들의 힘이 남아있는 덕분인지 작지만 울창한 숲을 유지할 수 있었던 듯 보인다. 영실과 길동은 숲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또 오류가 났나보구나. 이곳은 옹주님이 말씀하신 시대가 아닌 듯 하구나. 헌데 이곳은 종말의 시대인가? 전쟁이라도 끝난 직후인가?’ 영실은 어리둥절했다. 곧 둘 위로 작은 뭔가가 날아왔다. 그 작은 몸체에는 번쩍이는 글자판이 보였다. [이곳을 떠나십시오! 혹시 시간여행자이시면 부디 한라산을 한번 들렀다가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옆에 버튼을 누르면 여러분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 비행차가 될 것입니다.] 글자들이 .. 2022. 11. 13.
이야기 조각하나, 홍길동과 허난설헌 오늘처럼 달이 유난히도 크고 꽉 차올랐던 밤이라 기억된다. 어린 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수그려있고, 내 등 위로 누군가가 날 감쌌다. 또 그 위를 널찍한 덩치로 두 팔 벌려 날카로운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던 누군가가 있었다. 쫙~! 쫙! 착~! 착! 기분 나쁜 소리가 쉴 틈 없이 계속 이어졌다. “도망가! 둘이 먼저, 어서!” 한 목소리가 거친 숨소리와 맞물려 귓가에 들려왔다. 다음 순간 내 몸은 일으켜 세워졌고 어떠한 손에 이끌려서 달리게 되었다. 날 감싸던 이가 내 팔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던 것 같다. 분명 거기까지는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어떻게 도적 홍길동 형님 곁으로 가게 된 건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은 어디였고, 형제인가 생각되는 형.. 2022. 11. 13.
이야기 조각 하나 -숲 속, 도망치는 삼형제- -숲 속, 도망치는 삼형제- 한 여자가 어린 남자아이 셋이 보는 앞에서 한 남자의 다리를 힘껏 붙들었다. “여보, 이제 그만요! 제발! 저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래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네?” 다리에 붙은 여자의 애절한 호소는 남자의 안중엔 들어오지 못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그의 눈은 한 아이에게로 향했다. 여자를 뿌리치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제일 나이어린 아이를 노려볼 뿐이었다. 참으로 몸집이 작고 다리와 팔 한쪽이 불편한 아이였다. “준서야, 준상아, 어서 막내 데리고 도망가! 어서!” 여자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남자를 붙든 채 소리쳤다. “계속 뛰어! 멈추지 말고!” 여자는 계속해서 소리치며 흐느꼈다.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다보면 울창한 숲이 펼쳐져있다. 그 숲 가.. 2022. 11. 13.
이야기 조각 하나 깜깜한 공간, 발가벗은 한 남자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눈을 떴다. 그의 육체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중이었다. 여긴 어디야? 무슨 일이지, 이게?... 맞아, 준성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혜리하고 나머지 우리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같이 숲을 헤맸던 거 같은데... 그놈의 술, 술집 여자 때문에, 걘 도대체 뭐였... 으아아악! 찬찬히 기억을 더듬으려던 그는 갑자기 비명을 질러댔고, 순간 그의 눈에선 붉은빛이 번쩍였다. 방금 막 생각해내던 기억들이 온갖 신경을 건드려가며 그의 뇌리를 스쳐 빠져나갔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얘들아, 여보, 혜리야... 남자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 붉은빛은 그에게서 모두 빠져나와 사라졌고, 탁한 눈만이 남았다. 이내 남자는 다시 정신을 .. 2022. 11. 13.
주제=결말 자동차 네비를 켜거나 지하털노선도를 보면... 항상 출발점과 도착점을 선택을 합니다. 소설을 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착점을 정해놓고 출발해야합니다. 그래야 혹시 길을 잘못들어도 "경로를 다시 설정합니다!" 머리속의 멘트를 다시금 떠올릴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쓰다가 그래서 결론을 뭘로 내야되지? 작가가 고민에 빠집니다. 이래선 안되잖아요? 도착점 네비를 한구석에 기억하거나 적어놓으면 본문에서 더 놀고 와도 뻘짓하고 놀고와도 다시금 길을 찾아오기 수월합니다. 안그럼 아 이제 누구하고 싸워야하나? 이제 누구랑 만나서 뭐하지? 고민만 하다가 독자들한테 욕먹어요^^ "작가야! 너 뭐하냐? 얘 어떻게 할꺼야?" 가끔 너무 놀고 와도 "언제쯤 끝나 임마! 빨리 보내!" 독자들은 성화십니다. 여튼 분량 늘..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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